[아르바이트후기] 유니클로 PT 알바 하는 일 그리고 후기

초과 학기를 다니면서 집에서 통학하다보니 용돈 받아 쓰는 것도 너무너무너무너무 눈치보이고 해서 알바를 찾던 중에 유니클로가 한달 동안 시급을 7,500원이나 준다길래 알바후기를 여기저기 찾아보고 일단 지원. 그런데 내가 학교가는 버스 타려는 중에 면접안내 전화가 와서 못 받았다.ㅠㅠ 다시 연락주지 않는 쿨함이란.

알바후기 보고 좀 쫄은 것도 있고 그래서 그냥 포기하려고 했는데 다시 모집공고(?)가 떴길래 굴하지 않고 다시한번 더 지원했다. 다시 연락이 왔고 한달간 PT로써의 경험을 쓴 이 포스팅이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맘에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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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준비

먼저 복장은 유니클로 옷을 착용해야 하며, 바지에 고리가 있는 경우 벨트 착용, 치마는 무릎 밑으로, 눈에 띄는 색으로 염색하면 안 된다. 그리고 여자는 화장, 남자는 면도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단기 알바라 유니클로 옷 사는 돈도 안 나올뿐더러 안 입어도 된다고 하셨다.) 저 상태에서 손목시계, 수첩, 볼펜, 이름표까지 착장하면 기본세팅 끝!

 

내가 근무했던 지점의 경우 크게 오픈(08:30), 미들(11:00), 마감(평13:00, 주13:30)으로 나뉘는데 이건 랜덤으로 정해진다. 8시간 일하고 무급 휴식 포함해서 총 9시간 30분간 근무하게 된다. 매주 금요일에 모든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과 출근 요일이 나온다. 그러니 약속이 있거나 사정이 있다면 그전에 얘기해야 한다. 미리 얘기했는데도 실수가 있다면 점장님이나 대행자한테 얘기하면 수정해줌.

2. 하는 일(내가 다닌 매장 기준)

또, '데일리'라고 그날의 스케줄표가 있는데 시간대별로 해야 하는 일이 적혀있다. 출근시간 15분 전에 와서 그날의 스케줄을 적고 전날 매출과 오늘의 매출 목표, 매출 상위 5개 항목을 수첩에 적어야 한다.

 

나 같은 PT(파트타이머) 입장에선 사실 오픈이든 마감이든 하는 일은 크게 차이는 없는데 유일한 차이는 청소다.

오픈: 약 2시간 동안 매장 청소, 조례
마감: 마감 후 상품정리

오픈 때는 매장 청소를 하는데 크게 먼지 제거와 모프&거울이 있다. 

흰 장갑을 끼고 옷이 진열된 진열대와 마네킹의 먼지를 제거하고 약 15분 동안은 테이프를 가지고 먼지가 눈에 띄는 검정, 네이비, 흰색 옷 위주로 또 먼지를 뗀다. 먼지를 제거하는 게 정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정말 힘들다. 2시간 동안 쉴 새 없이 해야 할당량을 겨우 끝냄. 먼지는 먼지대로 엄청 마시고 앉았다 일어났다 2시간 동안 하다 보면 스쿼트한 것처럼 다리가 후들 거리고 허벅지도 땡긴다. 집에 가서 세수할 때 코 풀면 시커먼 코가 나옴.. 마스크 껴도 되긴 한데 난 답답해서 못 끼겠더라.

그리고 모프. 안 하면 바로 티가 나서 잔소리를 듣긴 하는데 그래도 먼지 제거보단 훨씬 간단하고 쉽다 생각함.

 

상품정리는 시키는 대로 옷을 접어서 이쁘게 넣으면 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너무 비거나 가득 채워져 있으면 적당히 개수 조절하고. 별거 없음.

상품정리를 하면 쇼핑하는 고객과 가장 가깝기 때문에 고객응대를 자주 하게 되는데 상품위치를 잘 모르면 난감하다. 선배 직원들에게 물어봐야 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상품 재고 조회는 포스기로 확인하거나 제공하는 아이팟으로 확인 가능한데 아이팟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게 아님.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 그래서 초반에 아이팟도 없으면 정말 멘붕. 나도 어딨는지 모르는데 당황스럽기 짝이 없음.ㅠㅠㅋㅋㅋㅋ 또, 상품위치 대충 적응할라 치면 또 자리가 바뀌어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으로 포스. 출근한 첫날부터, 포스 교육 한 시간도 채 안 하고 바로 실전에 들어갔다. 제대로 숙지하기도 전에 바로 투입시키는데 정말 머릿속이 하얘졌다. 적응될라 치면 실수하고, 실수하면 당황하고.ㅠㅠ

  • 손님한테 인사하고, 바코드 찍고, 몇 갠지 얘기하고 얼마인지 얘기하고 결제하고, 보안택 제거하고, 담아주면서 교환/환불 규정 설명하고 잘 가라고 하면 끝이다. 그런데 내가 초반에 자주했던 실수는 '엔터키 미스'와 '보안택 제거'.
  • 엔터키 미스는 카드 결제인데 카드를 긁기도 전에 엔터키를 눌러서 그냥 현금결제로 넘어 간 경우다. 이 경우엔 꼭 대행자에게 말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나중에 정산이 안 맞아서 큰일 남. 결제를 취소하는 건 STAFF 중에서도 일부 직원만 할 수 있고, 엔터키 미스를 정정하는 건 그 일부 직원 중에서도 더 소수의 직원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실수하면 바로 찍히는 고임....
  • 보안택 제거가 안 된 경우엔 손님들 중 소수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살짝 기분이 나쁘다는 걸 드러내거나 심하면 화를 냄. 언짢아하시는 손님들은 다시 오게 돼서 귀찮게 했다는 이유도 있지만 같은 건물에 있는 홈플러스나 올리브영에 방문했다가 제거되지 않은 보안택 때문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도둑이라는)오해를 사고 쪽팔림을 당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난 그런 일을 내가 당하든 다른 사람이 겪는 걸 보는 입장이든 한 번도 쪽팔리겠다고 생각을 한 적이 없었던 터라 저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게 신기했다.
결론은
청소는 빡시고
상품정리는 고객응대가 좀 귀찮고
포스는 오퍼레이션에 실수 없게 항상 주의해야 한다. 

3. 소감

일은 다른 분들 블로그에서 보던 데로 힘들었다. 난 평발이라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아픈 것보다 발이 더 피로하고 아팠다.ㅠㅠ 하지만 오픈 청소만 아니면 육체적으로도 그렇게 힘들지 않고 그럭저럭 할 만하다. 적응도 되고 요령도 생겨서.

 

알바는 학원에서 보조교사 밖에 한적 없어서 알 기회도 없었고, 스스로 난 서비스직은 안 맞을 것 같단 생각을 했는데 그리도 내 생각보단 서비스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뭐 사실 판매사원이거나 영업을 한 것도 아니고 고작 이거 하고 이렇게 말하는 게 웃기긴 하지만 난 이 정도도 못 할줄 알았다.

 

또, 옷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해보신 분이면 아주 만족스런 고객응대를 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손님들이 사이즈에 대해 많이 물어보는데 나도 몰라요 손님.ㅠㅠㅠㅠㅠ 내가 유니클로에서 입어 본 건 히트텍, 후리스, 후드집업 밖에 없는데 다른 옷 핏이 어떤지 남자들 옷은 하의 사이즈 물어보면 정말 1도 모름. 그래서 매번 "손님 죄송합니다. 제가 일한 지 얼마 안 돼서요.ㅠㅠㅠㅠㅠ" 이랬음..

 

생각보다 자주 외국인 손님들이 오는데 첨엔 당황스러웠지만 나중엔 중국인 손님한테 위챗이라도 물어볼걸 후회하기도 함. 중국어 연습하기 좋았을 텐데 하고. 외국인 응대 매뉴얼도 있는데 그대로 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음ㅋㅋㅋㅋ 다들 교환/환불 규정은 설명 안하고..ㄷㄷㅋㅋㅋㅋ 그래도 난 했음.(뿌듯)

▲ 매번 이름표 찍으려다 까먹어서 결국엔 속지만..ㅋㅋㅋ

예전부터 일한 직원들끼리는 많이 친했고, 그렇다고 텃세나 이런건 전혀 없었다. 항상 먼저 말 걸어주고 모르는 건 잘 알려주고. 점장놈이 젤 별로였음. 신경질적이고. 아주 첫인상 그대로.ㅗ 식사는 휴식시간이 같은 사람들이랑 근처 식당을 가거나 편의점에서 사다 먹거나 도시락을 싸오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마감일 때, PT는 보통 10:30에 가게 해주고 나머지 STAFF들이 남아서 30분간 더 정리하고 가는데 일이 많은 날은 연장근무 해 줄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이땐 연장근무라 시급도 좀 더 주고 택시비도 나오고 간식도 줌.ㅋㅋㅋ 그래서 난 아주 흔쾌히 했었지.

 

몸이 일에 적응하기까지 좀 힘들었지만 주 4회만 하면 되고, 나머지 3일은 원하는 날에 쉴 수 있어서 난 좋았다. 대부분의 알바들은 평일에 하거나 주말에 하거나 양자택일인 게 불편했기 때문에. 일은 견딜만할 정도로만 힘들다. PT로 입사한다면 한 번쯤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