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이달의 남자 (상반기 / 하반기)' 문장

이달의 남자 상반기 하반기


p13

7월의 남자, 윤두영

벌서 한 해의 반이 지난 7월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나의 서른은 시간만 축내다 이렇게 나 잡아봐라 약을 올리며 훌러덩훌러덩 도망가버릴 심산인가보다. 시간이 저 혼자만 여름의 활력을 얻어 갓 자븐 활어처럼 힘차게 팔딱거리는 느낌이다. (중략) 공기가 머금은 수분이 솜털 하나하나에 죄다 느껴져 축축하기도 하고 (후략)

스토리의 디테일은 좀 부족할지언정 이 작가의 센스와 유머코드가 좋다.
나이를 먹을 수록 시간을 못 따라가는 저 느낌. 난 아직 여름까지 못갔는데 계절은 이미 바껴버린 그 기분이 정말 잘 표현된 것 같다.
그리고 여름의 그 눅눅해서 힘든 그 느낌을 표현한 부분도 너무 좋다.

 

 

p18-20

"손님! 저... 혹시 괜찮으시면 사적인 말 해도 될까요?"

 

항상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 나를 대하던 그가 갑자기 사적인 바운더리를 넘어도 되느냐 물었다. 대체 어떤 사적인 말일까 머릿속에서 수십 가지의 생각이 유성우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그는 여전히 '이런 질문을 해도 되나' 하는 표정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듯 보였다.

 

"뭔데요?"

"혹시 오늘 퇴근하고 약속 있으세요?"

"아니요?"

 

뭐지? 나랑 약속을 만들려고 시동을 거는 건가 싶어 이 급작스러운 전개가 혹시 (드디어) 너와 내가 주인공인 로코물의 시작인 것인가 조금 당혹스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면서 은근 기대 반 긴장 반, 반반 치킨 모드였는데,

 

"오늘따라 되게 예쁘신 거 같아서요. 약속 있으신 줄 알았어요."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제발 관심 좀 꺼줬으면 하는 팀장님이 퇴근하는 나에게 '오우~ 도나 씨~ 오늘 화장했네? 데이트하나 봐 ~?' 하고 능글맞은 헛소리를 할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같은 내용의 말도 하는 사람의 평소 스타일, 그리고 나와의 관계가 어떤지에 따라 호감과 비호감으로 갈리기 마련이다. 그 차이는 마치 지구의 표면에서부터 억만 광년 떨어진 은하계 저편 어딘가 이름 모를 어느 별 표면까지의 거리만큼(더 쉽게 말하면 탕수육 부먹과 찍먹만큼) 다르다.

 

아우쒸... 설렐 뻔했네. 여보세요? 나 왜이러세요?

여기서 나도 설레벌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