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3 의식주라는 말처럼 집에 사는 것은 먹는 것, 입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한데도, 주住의 기본인 정리를 소홀히 하는 것은 정리는 배우는 것이기보다는 습관처럼 익숙해지는 것이라는 의식이 사람들의 뇌리에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P21 시험 전날 말고도 다급한 상황에 처하면 정리가 하고 싶다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너무 정리가 하고 싶어지는 이유는, 정말 방을 정리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정리하고 싶은 다른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P22 ‘방이 흐트러진 것은 마음이 혼란스럽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흐트러진 상태는 물리적인 것 외에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뜻이고 그것이 눈앞의 어수선함에 가려지게 되는 것이다. 즉 어지르는 행위는 문제의 본질에서 눈을 돌리기 위한 인간의..
살인자의 기억법 국내도서 저자 : 김영하(Young Ha Kim) 출판 : 문학동네 2013.07.24 상세보기 P30 그렇게 오래 하던 살인을 딱 끊었다. 어떤 기분이냐면, 글쎄, 배를 팔아버린 뱃놈 혹은 퇴역한 용병 같은 기분이다. 모르긴 해도 6·25나 월남전에서 나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인 놈들도 있을 것이다. 그놈들이 다 밤잠을 설치고 있을까? 아닐 거다. 죄책감은 본질적으로 약한 감정이다. 공포나 분노, 질투 같은 게 강한 감정이다. 공포와 분노 속에서는 잠이 안 온다. 죄책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나는 웃는다. 인생도 모르는 작자들이 어디서 약을 팔고 있나. P36 죽음이라는 건 삶이라는 시시한 술자리를 잊어버리기 위해 들이켜는 한 잔의 독주일지도.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국내도서 저자 : 신예희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9.01.03 상세보기 P26-27 내가 만든 것에 완전한 확신을 갖고 싶지만 좀체 그렇게 되지 않는다. 구석구석까지 불안함이 잔뜩 배어 있으니 타인의 인정은 물론, 응원과 격려까지 바라게 되는 것이다. 불안하게 외롭게 작업한 시간을 감정적으로 보상받고 싶어서겠지. 말하자면, 내 멋에 겨운 글을 블로그나 SNS에 써놓고선 목을 쭉 빼고 댓글이 달리기를 기다리는 것과도 비슷하다. 자 어서들 관심 좀 줘! 그리고 이왕이면 호의적인 댓글만 가득하길 바란다. 유치하다. 거울을 보며 너 대체 몇 살이냐 묻고 싶을 정도다(마흔 중반인데요). 그것밖에 안 되는 인간인지라, 일에 대한 비판과 지적은 종종 따끔따끔을 넘어 쿡쿡..
김수미의 시방상담소 국내도서 저자 : 김수미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RHK) 2020.02.28 상세보기 P7(프롤로그) 그래서 요즘은 사람이 사람이랑 깊은 대화를 잘 안하려고 들어. 부모하고도 형제하고도 대화가 줄어. 그냥 휴대폰하고 인터넷 보고 혼자 생가해요. 그러다 보니까 고민이 있어도 그냥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듣지. 혼자 먹고 혼자 보고 점점 뭐든 혼자 하는 시대가 돼. 근데요, 고민은 혼자 풀 수는 있어도 혼자 듣고 답할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내가 고민 상담소를 꼭 하고 싶었어. 이 시대에도 그래. 그래, 하고 다 들어주는 사람 하나쯤은 있어야지. P8(프롤로그) 사람은 누구나 고민을 해요. 숨 붙어 있는 사람 치고 고민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우리나라 최고 부자도 고민하고 대통령도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