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표지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 신예희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국내도서
저자 : 신예희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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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27

내가 만든 것에 완전한 확신을 갖고 싶지만 좀체 그렇게 되지 않는다. 구석구석까지 불안함이 잔뜩 배어 있으니 타인의 인정은 물론, 응원과 격려까지 바라게 되는 것이다. 불안하게 외롭게 작업한 시간을 감정적으로 보상받고 싶어서겠지.


 말하자면, 내 멋에 겨운 글을 블로그나 SNS에 써놓고선 목을 쭉 빼고 댓글이 달리기를 기다리는 것과도 비슷하다. 자 어서들 관심 좀 줘! 그리고 이왕이면 호의적인 댓글만 가득하길 바란다. 유치하다. 거울을 보며 너 대체 몇 살이냐 묻고 싶을 정도다(마흔 중반인데요).


 그것밖에 안 되는 인간인지라, 일에 대한 비판과 지적은 종종 따끔따끔을 넘어 쿡쿡 쑤시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일을 의뢰한 곳에서 피드백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도 이 모양이다. 혼자 입 꾹 다물고 일하는 사이, 경주마처럼 잔뜩 좁아진 시야를 넓힐 기회인데도 이 모양이다. 귀 기울여 듣고 유효한 조언으로 받아들여야 마땅한데도 이 모양이다.

 
문제는 이거다. 일에 대한 평가와 비판을 곧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그래서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잔뜩 방어부터 한다.

 

P86-87

 인풋이 넉넉해야 아웃풋도 풍성해진다. 우리는 눈으로 코로 귀로 입으로 온몸 구석구석으로, 온갖 좋은 것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이게 왜 그렇게 좋은지 곰곰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안에서 더 좋은 것이 튀어나온다.

 

P90

떠나보내는 의식은 중요하다. 이걸 제대로 치르지 않으면 그다음 일에도 영향을 미친다. 좋은 평가는 좋아서, 나쁜 평가는 나빠서 내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지난번처럼 잘해야 하는데, 혹은 지난번처럼 또 말아먹으면 안 되는데, 라며 모든 기준이 그놈의 ‘지난번’이 되어버린다.

 

P96

 사실 남들은 나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 안부랍시고 한마디 툭 던진 후 돌아서면 곧 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들이 내 안에 남아, 그때부턴 남이 아니라 내가 나를 긁는다.

 

P124

 우리에겐 나만을 위한 돈이 필요하다. 돈을 모아 나를 위해 써야 한다. 티끌 모아 티끌이니 뭐니 하며 자조하지 말자. 그 티끌이 한없이 아쉬워질 때가 분명히 온다.


 

P134

주위에서 툭 던지는 한마디는 종종 생각 이상으로 발목을 세게 잡아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는 뒷전이고, 주변 눈치부터 보게 된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한 탓이다. 내가 나를 잘 알게 되고 나에게 좋은 걸 주기 시작하면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오히려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진다. 고마우면 고맙다 말하고, 아니다 싶으면 깔끔하게 거절할 수 있다. 이렇게 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나는 매일 노력하고, 깨지고, 또 노력한다.


 

P138

아끼고 또 아끼면, 최소한의 것만 자신에게 허용하면, 쪼들릴 대로 쪼들리면, 숨은 쉴 수 있을지 몰라도 전혀 행복하지 않다. 미래를 꿈꾸기 어렵다. 뭐 하나 하는 데도 가성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사소한 소비 실패에 크게 좌절하게 된다. 좌절은 분노로 이어진다. 잔뜩 날이 서고 신경질적으로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