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김수미의 시방상담소' 문장

 

 

 

 

 

 

김수미의 시방상담소
국내도서
저자 : 김수미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RHK) 202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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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프롤로그)

그래서 요즘은 사람이 사람이랑 깊은 대화를 잘 안하려고 들어. 부모하고도 형제하고도 대화가 줄어. 그냥 휴대폰하고 인터넷 보고 혼자 생가해요. 그러다 보니까 고민이 있어도 그냥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듣지. 혼자 먹고 혼자 보고 점점 뭐든 혼자 하는 시대가 돼. 근데요, 고민은 혼자 풀 수는 있어도 혼자 듣고 답할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내가 고민 상담소를 꼭 하고 싶었어. 이 시대에도 그래. 그래, 하고 다 들어주는 사람 하나쯤은 있어야지.

 

P8(프롤로그)

사람은 누구나 고민을 해요. 숨 붙어 있는 사람 치고 고민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우리나라 최고 부자도 고민하고 대통령도 고민해요. 반면에 돼지 새끼는 고민 없어요. 밥 먹고 배부르면 엎어져서 꼬리 턱턱 치면서 잡니다. 그러니까 박 터지게 고민하고 있다는 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 열정적으로 고민하세요. 다만, 누구한테라도 소리 내면서 하세요. 갓난아이가 태어날 때 왜 크게 우는 줄 알아요? 응아, 응아, 큰 소리로 안 울면 의사들이 놀래요. 아, 이거 뭐 잘못됐구나, 해요. 인간은 원래 힘들고 무섭고 놀래면 소리 내고 우는 게 정상이에요. 사람은 이미 엄마 뱃속에서 탯줄 끊는 순간부터 고행길입니다. 그 고행길을 크게 소리 내면서 걸어요. 뭔데, 말해봐요. 내가 들어줄게요.

 

P25

흐릿한 흑백텔레비전 같은 인생에서 쨍하고 선명하게 기억나는 명장면 하나 남기는 건 정말 좋은 거예요.

야, 흑역사가 어때서. 그게 다 컬러풀한 추억이 될 건데.

 

P29-30

선택을 해야 돼. 그 친구를 계속 만날지, 아니면 잠깐 안 보고 살지. 내가 그 사람이랑 있으면 자꾸 오그라드는데 그걸 억지로 견디면 어느 순간 자신감이 싹 말라붙어. 사람이 겉만 말라 죽는 게 아니야. 속으로도 말라 죽어. 그러니까 잠깐 끊어내. 영영 보지 말라는 게 아니라 약간 거리를 둬. 누군가 만나는 게 괴로울 땐 거리를 두고 나부터 지키는 것도 방법이야. 우정도 내 코 석 자가 온전해야 더 잘 챙길 수 있어요.

 

P60

해야 되는데, 해야 되는데,

이러다가 몰아서 하는 게 나쁜 건


할 일은 다 하면서도


‘아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르지?’ 하고


내가 나를 깎아 먹게 돼서 그래.

 

P174

앞으로 살 날이 살아 온 날보다 적을 엄마를 한 번 더 이해해주면 안 될까?

 

P264

내가 알아줄게요.

 

P272

쉽지 않지? 근데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일 때, 마포대교 올라가서도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잖아. 그니까 자기 자신을 한 번 더 믿어 봐요. 이 고비 지나면 금방 또 해 뜰 날이야. 좋은 일 곧 있어요.